<역주하는 곽윤기 사진: 함영산>

 

2015-2016 시즌을 정리하며 2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적을 예측할 수 있는 2016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대회가 대한민국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3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대한민국에서는 2008년 강릉 대회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이번 대회의 관전 포인트 10가지를 짚어 보겠다.

 

1. 풍운아 곽윤기, 왕의 귀환은 가능한가?

2012년 세계선수권에서 개인 종합 우승할 때까지만 해도 곽윤기는 대한민국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이자 2014 소치 올림픽의 유력한 다관왕 후보였다. 하지만 2012-2013 시즌 훈련 중 발목 부상을 당한 곽윤기는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이후 긴 부진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그리고 오랜 재활 끝에 부활에 성공, 이번 시즌 마침내 월드컵 종합 랭킹 1위에 오르며 왕의 귀환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그가 4년 만의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여러 장애물이 있다. 경기 당일의 컨디션 조절은 물론이고, 상대 선수들의 견제와 전술에도 잘 대응해야 한다. 그럼에도 곽윤기의 정상 등극을 유력하게 점치는 이유 중 하나로 월드컵 세계랭킹 2위 세멘 엘리스트라토프(러시아)와 전년도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차지한 싱키 크네흐트의 불참을 꼽을 수 있다. 세멘 엘리스트라토프 외 수많은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져 국제스포츠계에 충격을 던져준 가운데 세멘은 이번 대회에 불참했고, 싱키 크네흐트는 이번 시즌 중 입은 부상으로 대한민국에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의 해외 라이벌으로는 찰스 해믈린(캐나다)을 꼽을 수 있는데, 슈퍼 파이널에 취약한 탓에 한번도 세계 선수권 종합 우승을 하지 못한 만큼 점수 관리에 신경 쓰면 어렵지 않게 제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영화 반지의 제왕엔딩처럼 곽윤기의 화려한 귀환이 이번 대회에서 이루어질지 지켜보도록 하자.

 

2. 2인자 박세영, 우승은 언제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빙상 3남매 중 막내로 잘 알려진 박세영. 최근 피겨 전 국가대표 곽민정과의 교제 사실이 공개되어 화제에 오르기도 했지만 경기 외적인 요소 말고도 소치 올림픽 이후 세계정상급 스케이터로 발돋움하고 있는 기대주이다. 하지만 박세영은 불행히도 세계선수권은 물론이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번번이 정상 문턱에서 패배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특히 지난 2015 세계선수권에서는 싱키 크네흐트와 막판까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다 간발의 차이로 뒤지며 종합 2위에 올라 아쉬움을 던져준 바 있다.

이번 2015-2016 시즌 초반엔 알 수 없는 이유로 부진을 겪다 시즌 막판 부진 탈출에 성공한 박세영. 과연 가족과 연인 앞에서 만년 2등의 딱지를 떼고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 결과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대회이다.

 

  3. 국내 최강 서이라 반전은 없는가?

지난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1위에 오르며 대한민국 남자 쇼트트랙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서이라. 기세를 몰아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2개의 금메달을 따며 한껏 발전한 기량을 뽐냈고, 이번 시즌 선발전까지 연달아 우승하며 기대를 키웠지만, 정작 월드컵 시리즈에서는 부진을 거듭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5차 대회 1500m에서 우승하며 회복세를 보인 만큼 이번 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남자 국가대표 세 선수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인 만큼 누가 우승할지는 당일 컨디션과 경기 내 전략에 달려 있다 할 수 있다. 물론 방심하거나 심한 경쟁으로 자중지란을 일으키면 어부지리로 다른 나라 선수가 우승을 차지할 수도 있다. 캐나다의 찰스 해믈린뿐만 아니라 중국의 젊은 선수들도 잠재적인 우승 후보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대해 본다.

 

4. 빅토르 안도 없고, 세멘 엘리스트라토프도 없고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쇼트트랙 강국으로 급부상한 러시아. 이번 2015-2016 시즌에도 세멘 엘리스트라토프와 드미트리 미구노프를 종합 랭킹 2, 3위에 랭크시키며 소치의 호성적이 홈 어드밴티지만은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소치 올림픽 3관왕이자 2014 세계선수권자인 빅토르 안이 계속되는 부상 후유증으로 , 세멘 엘리스트라토프가 약물 복용 파동으로 불참한 가운데 드미트리 미구노프가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500m에서는 종합 1위의 성적을 거뒀지만 다른 종목에서는 평범 이하일뿐더러 자국에서 열린 2015 세계선수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세멘의 불참으로 5, 6차 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한 남자 계주에도 큰 구멍이 뚫렸다. 아무래도 러시아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5. 최악의 부진을 떨치고 6년 만의 계주 우승을 꿈꾼다.

남자계주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맨 마지막에 벌어지는 만큼 쇼트트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개인종목과 달리 우승의 감격을 혼자가 아닌 팀원들과 함께 나누는 만큼 기쁨의 크기가 훨씬 더 크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 남자계주에서 대한민국은 2010년 이후 5년째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의 경우 폭행과 음주 파문으로 기존 대표팀 멤버가 2명이나 교체되는 바람에 팀워크를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결승 진출에도 실패하는 등 최악의 부진을 보였으나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이번 시즌 월드컵 남자 계주는 러시아가 연속 우승한 5, 6차 대회를 제외하고는 매번 우승팀이 갈렸을 정도로 상향 평준화된 상태인 데다 그 러시아마저 에이스 세멘 엘리스트라토프가 빠진 상황이라 대한민국 남자 대표팀이 홈에서 열리는 만큼 팬들의 열렬한 성원을 등에 업고서 6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하길 기대해 볼 수 있다.

 

6. 최민정의 2연패냐, 심석희의 권토중래냐.

지난 시즌 경이로운 데뷔 시즌을 보낸 끝에 세계 선수권 종합 우승까지 차지한 최민정과 올림픽과 2014 세계선수권 우승 이후 피로 누적의 낌새를 보이며 2015 세계 선수권 3위로 잠시 숨을 고른 심석희. 라이벌이자 친한 선후배인 두 선수의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으나 시즌 기록만 놓고 보면 월드컵 종합 랭킹 1위에 오른 최민정이 월드컵 종합 랭킹 3위를 차지한 심석희에 다소 앞서고 있다. 개별 종목에서도 최민정이 1500m1000m에서 1위에 오르고 대한민국 여자 선수들의 취약종목인 500m에서도 5위를 차지하며 고른 성적을 올린 것에 비해 심석희는 1500m 2, 1000m3위에 올랐지만 500m21위로 부진했다. 물론 부상으로 심석희가 5, 6차 대회에 불참한 것도 감안해야 하지만 전 종목에서 고른 성적을 내야 종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세계선수권의 특성상 최민정이 좀 더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 두 선수가 막판까지 근소한 점수 차이를 보일 경우 3000m 슈퍼 파이널에서의 성적으로 종합 1, 2위가 갈릴 가능성도 있어 끝까지 긴장을 유지할 형국이다

또 다른 개인전 출전자인 노도희는 월드컵 6차 대회 1000m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딴 상승세를 바탕으로 작은 반란을 꿈꾸고 있다. 주종목인 1500m1000m에서 세계 정상권 기량을 갖춘 만큼 포디움 진입도 노려볼 만하다.

 

7. 엘리스 크리스티의 상승세가 무섭다.

그간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의 숙적은 중국이었으나 왕멍의 은퇴 이후 500m 세계 최강의 자리를 물려받은 판커신을 제외하고는 대한민국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중국 선수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외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 선수들의 대항마로 백전노장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가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에서 마지막까지 최민정과 종합우승을 다툰 바 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복병으로 지난 대회 4위에 오른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있다. 5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이 유력하던 박승희를 넘어뜨려 대한민국 쇼트트랙 팬들에게 페이스북 테러를 당하기도 하는 등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서 소치 올림픽 개인종목 전부 실격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던 엘리스 크리스티는 대한민국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이승재 코치의 지도 아래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량으로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에 도전한다.

이미 지난 유럽 선수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더 이상 폭주 기관차가 아님을 증명한 엘리스 크리스티는 여세를 몰아 월드컵 5, 6차 시리즈에서 세계 최강자 최민정을 연거푸 추월하며 무서운 잠재력을 뽐냈다. 물론 심석희가 불참한 상황에서 몇 번의 승부로 우열을 논하기엔 이르나 자신의 주 종목인 1500m, 1000m에서까지 엘리스 크리스티에게 패배를 당한 최민정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것도 굴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주특기인 막판 스퍼트에서 밀렸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안방에서 복수를 다짐하는 최민정과 2년 만의 세계선수권 우승을 꿈꾸는 심석희, 힘 조절에 성공하며 무서운 잠재력을 만개할 엘리스 크리스티의 3파전이 유력한 가운데 종합 랭킹 2위에 오른 캐나다의 마리안느 생젤레와 랭킹 4위 발레리 말테, 이번 대회에 대비하며 월드컵 5, 6차 대회를 건너 뛴 중국의 판커신이 호시탐탐 상위권을 노리고,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도 노익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8. 잘 나가는 여자 계주, 맡겼던 금메달 찾아올까?

현재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은 제4의 전성기 초입이라 할 수 있다. 전이경, 김소희가 활약하던 1세대, 진선유, 최민경이 활약하던 2세대, 박승희, 조해리, 심석희가 활약했던 3세대를 지나, 최민정, 심석희 쌍두마차가 이끄는 전성기의 시작인 만큼 국제대회 성적은 압도적이다. 이런 강세는 여자 계주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여자대표팀은 이번 시즌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월등한 기량차를 자랑하며 모두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다만 지난 5~6차 대회에서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을 당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기에 이번 세계선수권도 주의가 요망된다. 결국 이번 대회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의 상대는 숙적 중국이나 전통의 강호 캐나다가 아닌 여자 대표팀 자신이자 심판 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과감하면서도 냉정한 경기 운영으로 맡겨둔 금메달을 찾아오길 바란다.

 

9. 홈 부진 징크스 이번엔 깨질까?

이번까지 대한민국에서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대회는 세 번째 열리는데, 지난 2개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남녀 모두 개인종합 우승을 얻는 데 실패했다. 에이스 선수의 부상과 세대 교체의 와중에 부진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2008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의 경우 이호석과 송경택, 이승훈이 교통 정리에 실패하며 어부지리로 안톤 오노에게 종합 우승을 내주는 일도 있었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전 대회들보다는 한층 안정된 상태에서 대회에 나선다. 과연 대한민국 대표팀이 홈 부진 징크스를 극복하고 개인 종합 우승을 달성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10. 흥행에 성공할까?

이번 대회는 2018년 평창 올림픽의 전초전인 셈으로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도 대회 운영에 동참하고 다양한 부대 행사와 팬 서비스도 준비되어 있다.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개막식엔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그룹 여자친구의 공연도 예정되어 있을 정도다. 경기 내외적으로 다양한 화제거리가 있는 이번 대회에 얼마나 많은 관중이 몰릴지도 대한민국 대표팀의 성적 못지 않게 귀추가 주목되는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쪼록 8년 만에 열리는 큰 대회인 만큼 국내 쇼트트랙 팬 모두 쇼트트랙의 묘미를 만끽하는 대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이번 대회는 SBSSBS 스포츠에서 토, 일 양일간에 걸쳐 생중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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