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에서 에이스로!

동계 스포츠/쇼트트랙 2013.08.17 12:40 Posted by 아이스뉴스






지난 2013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의 최대 이변은 남자부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이한빈이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소치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을 거머쥔 것이었다. 물론 전년도 선발전에서도 종합 4위에 오르며 난생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됐던 이한빈이기에 온전한 의미에서의 갑툭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가 밴쿠버 멤버들과 2011년 세계선수권자인 노진규를 제치고 종합 1위까지 차지한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더욱이 이한빈은 1,000m와 3,000m 우승을 차지한 선발전 둘째 날엔 스케이트 구두끈이 끊어져 스케이트에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섰음에도 거푸 우승을 차지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시합 전 어머니가 본 점괘 그대로 제왕의 기운을 드러낸 이한빈, 그에 대해 알아보자.


고난의 연속인 스케이트 인생, 고생 끝에 낙이 왔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스케이트를 시작한 이한빈은 쇼트트랙 특유의 질주감에 반해 쇼트트랙을 선택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주니어 선수권에서 3위를 하는 등 유망주로 성장해 가려던 찰나 전국체전에서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대학 생활 내내 슬럼프에 빠진다.

  대학 졸업 후엔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성남시청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성남시청 팀이 해체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참고로 이 팀 해체를 계기로 안현수도 러시아로 건너가게 된다.

그 후 방황을 계속하던 그에게 아버지는 군 입대를 권유했고, 그 또한 운동을 그만두고 입대하려 했는데, 현 국가대표 감독이자 서울시청 감독인 윤재명 감독이 그에게 서울시청 입단을 제의하면서 이한빈은 다시금 스케이트 끈을 졸라맸다. 그리고 기량을 회복한 그는 2012년 선발전에서 종합 4위에 선발되어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고, 2013년 선발전에서는 종합 1위에 올라 꿈에 그리던 올림픽 링크를 밟게 됐다.

   

첩첩산중인 올림픽 정상

이렇게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됐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전통의 강호인 캐나다, 중국, 미국뿐만 아니라 귀화한 빅토르 안이 이끄는 러시아, 최근 급성장한 네덜란드가 각축을 벌일 걸로 예상되는 남자부 판도이다. 이 중 가장 무서운 적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서 무섭게 도전해 올 러시아 팀으로, 이한빈은 자신의 롤모델이자 한 소속팀에 속할 뻔했던 빅토르 안과 숙명적인 대결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들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남자 대표팀 모두 올림픽 출전 경험이 없는 신예들이라는 사실이다. 개인전에 출전하는 신다운, 이한빈, 박세영뿐만 아니라 계주 멤버인 김윤재, 노진규조차 올림픽 출전 경험이 없다. 자칫하면 노골드에 그쳤던 2010년 밴쿠버 여자대표팀이나 노메달이란 최악의 부진을 겪은 2002년 솔트레이크 남자대표팀의 악몽을 재현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대표팀 맏형인 이한빈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본인의 성적뿐 아니라 대표팀 전체의 분위기를 북돋고 앞장서서 이끄는 리더 역할은 물론이고 순위를 좌우하는 순간에 승부를 결정짓는 에이스의 역할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한빈 라인’까지 만들 정도로 후배들의 인망이 두터운 이한빈이라면 맏형 역할은 훌륭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이한빈에게선 에이스의 향기가 난다.

그러면 이한빈에게서 결정적인 순간에 한발 치고 나가는 에이스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을까? 적어도 지난 2013년 선발전 둘째 날에서 보여준 레이스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1,000m 결승과 3,000m 슈퍼 파이널에서 이한빈은 레이스 막판 추월에 성공해서 1위로 치고 나간 다음 끝까지 그 순위를 유지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단거리 전문 출신이기에 순간 스피드가 뛰어난 데다가 인코스를 파고드는 순발력, 3,000m 마지막까지 선두를 유지하는 체력도 발군이었다.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금빛 레이스를 재현한 두 경기는 이한빈이 올림픽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세계 무대와 국내 무대는 엄연히 다르지만 지금의 기량을 유지한다면 올림픽 금메달도 결코 꿈만은 아닐 것이고 다관왕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결국은 마인드컨트롤

지난 선발전을 통해 기량은 충분히 입증했지만 아직 불안한 것은 올림픽 무대가 주는 긴장감과 중압감 때문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긴장해서 제대로 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이한빈 본인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얼마전 자신의 페이스 북에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마인드 컨트롤”이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 순간까지 냉정함을 유지하며 찰나의 기회를 노려서 치고 나가야 하기에 마인드컨트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종목이 쇼트트랙이다. 누구보다도 본인이 잘 알고 있으니 남은 기간 잘 담금질하리라 믿는다.


이한빈의 무한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

선수로서 은퇴를 고려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까지 나가게 된 이한빈. 하지만 몸 관리를 잘해 소치는 물론이고 평창까지 노려보겠다는 그의 포부대로 신데렐라 스토리는 이제 시작했을 뿐이고 무한도전은 계속된다. 소치 올림픽 이후에도 이어질 이한빈의 그 도전이 어디까지 갈지 지켜보는 것도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 팬의 특권일 것이다. 그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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